등산에도 급수가 있다?
2012년 3월25일 오전9시쯤 불광역2번출구
어머어머하게 많은 등산객들에 놀라 찍었는데 실제는 훨씬 더 많았다.
참 기발한 급수.....^^ 누가 만들었는지....?
9급☆
望景入山(망경입산)
산을 멀리서 바라만 보는 단계. 내려올 걸 왜 올라가느냐며 산 경치를 쳐다만 본다. 어디 가나 이런 사람 꼭 있다.
8급☆
他意入山(타의입산)
직장이나 모임에서 결정된 산행만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는 단계. 휴일이면 TV리모컨을 끼고 살지만, 회사 등에서 결정된 산행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선다. 멀쩡한 하늘에서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만을 학수고대한다.
7급☆
證明入山(증명입산)
산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산에 가는 단계. 애써 걷기보다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하늘이 두 쪽 난다고 해도 배낭 내려놓고 사진을 찍는다. 남에게 산에 갔다 온 것을 자랑하기 위해 산에 간다. “남는 것은 사진 뿐”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사진 없는 산행은 있을 수도 없고 믿으려 하지도 않는다.
6급☆
攝生入山(섭생입산)
오로지 먹기 위해 또는 건강을 위해 산에 가는 단계. 배낭은 오로지 먹을거리를 담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산행일정에는 상관 않고 아무 곳에나 퍼질러 앉아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 하산 시에는 가져간 음식의 절반 이상을 다시 가지고 내려오면서 “요즘 왜 이리 입맛이 없을까?”라고 몸 걱정을 한다.
5급☆
中途入山(중도입산) 또는 裝衣入山(장의입산)
산행을 하되 꼭 중간에서 하산하는 단계. 정상에 올라야만 산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자신의 체력을 탓하지 않고, 산만 높다고 탓한다. 정상에 오르는 사람을 성과주의자라 비난하며, “꼭 정상을 밟아야 등산이냐?”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폼생폼사로 등산장비와 등산복에 신경 쓰는 단계. 산행하면서 남의 장비와 등산복을 내 것과 비교한다.
4급☆
花草 또는 花紅入山(화초 또는 화홍입산)
평소 산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다가 꽃 피는 춘삼월(春三月)이나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시기가 오면 산에 미친 척하며 가는 단계. 반드시 꽃이나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3급☆
飮酒入山(음주입산)
산행을 마치고 꼭 하산주(下山酒)를 마시는 단계. “산행 후 하산주의 달콤함을 모르는 이는 산을 모르는 것과 같다”며 하산주를 찬양한다. 평소 청탁불문, 도수불문, 가격불문의 “모든 일에 술이 빠지면 큰일이 일어난다”고 굳게 믿고 산다.
2급☆
選手 또는 競走入山(선수 또는 경주입산)
산행을 경기 치루 듯 하여 산봉우리를 몇 개 넘고 한 시간에 몇 킬로를 달리고 일등으로 산행을 끝냈다느니 하면서 자신의 빠른 걸음과 철각을 자랑하는 단계. 산을 좀 알기 시작했으나, 먹을 때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고 주변경관을 감상할 틈도 없이 오로지 빨리 걷기만 한다.
1급☆
無時 또는 隋時入山(무시 또는 수시입산)
한번 산행계획이 정해지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천재지변이 나도, 기념일 등도 모두 무시하고 산에 가는 단계.등산의 정신을 좀 안다.태풍이 몰아쳐 “오늘 산행 취소지요?”하고 물으면 “비 온다고 밥 안 먹습니까?”라고 되묻는다. 단순무식이 돋보인다.
초단★
夜間入山(야간입산)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중이든 주말이던 야간에라도 산에 오르는 단계. 산에 가자고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산병의 초기증세가 나타난다.
2단★
面壁入山(면벽입산)
암벽타기를 즐겨 틈도 없는 맨 바위에 온몸을 끼워 넣는 등 바위가 애인이라도 되는 양 끌어안고 보듬는 단계.
3단★
面氷入山(면빙입산)
날씨가 쌩쌩 추워지기만을 학수고대하며 빙벽용(氷壁用) 얼음도끼와 쇠 발톱을 꺼내놓고 만지작거리다가 폭포가 결빙됐다는 소식만 들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얼음을 찍고 오르는 단계. 날씨가 추워지길 바라면서 방에 불도 안 때고 자기도 한다. 빙판길에 가족이 미끄러져 다치든 말든, 난방비가 있든 말든 겨울은 무조건 추워야 한다고 우긴다.
4단★
合計入山(합계입산)
지금까지 자신이 오른 산의 높이 합계가 얼마인가를 계산하며 더 높고 어려운 산이 없는가에 눈에 불을 켜는 단계. 산 관련 정보를 위해 외국 원서를 구해 공부한다. 산병 중증환자로서 운수납자(雲水衲者: 탁발승을 멋스럽게 부르는 말)를 흉내 내어 고행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5단★
雪夢 및 雪山入山(설몽 및 설산입산)
면벽과 면빙수도를 마치고 산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며 히말라야 준봉(峻峰)으로 떠나는 공상(꿈)만 하는 단계를 거쳐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의 출사표를 남기고 히말라야 만년설산(萬年雪山)으로 원정을 떠나는 단계.
6단★
自我入山(자아입산)
산심(山心)을 깨달아 진정으로 넘어서야 할 산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단계. 무조건 넘고 봐야 했던 더 험하고 높은 산에 취해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주변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게 된다.
7단★
回歸入山(회귀입산)
등산의 본질적인 의미는 ‘자신을 찾는 것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주변의 낮은 동네 산을 찾는 단계. “걷는 자만이 오를 수 있다”는 지극히 쉬운 원리를 그 동안 목숨을 걸어가며 어렵게 깨우친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여 자기도 모르게 실실 웃는 하회탈의 표정이 평소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된다.
8단★
不問 또는 大覺入山(불문 또는 대각입산)
“산 위에 산 없고, 산 아래 산 없다”라는 산평등사상(山平等思想)의 경지에 오른 단계.
크게 깨달아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지 말라며 유유자적(悠悠自適) 거리낌 없이 산을 즐기는 단계.
9단★
小山入山(소산입산) 또는 山卽如我(산즉여아) 또는 入山禁止(입산금지)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겸허한 안목이 생기는 단계.
산이 곧 내가 되며, 나와 산이 같게 되는 단계. 죽어 한 평도 안 되는 봉분 아래 묻힐 것을 알고 진정 “산이 곧 나고, 내가 곧 산이다(山卽我 我卽山)”라고 읊조리며 “산은 산이다(山是山)”라고 하는 단계.
더 나아가면 자신이 죽어 스스로 작은 산이 되는 단계.